[프.오.뜯] 은 프로덕트 오밀조밀 뜯어보기의 약어입니다. 프로덕트 하나를 잘 뜯어보면 한 기업의 흥망성쇠가 보이는 것 같아요. BM, 페르소나, 화면을 설계한 의도, 라이팅, 디자인 등 프로덕트를 만든이들은 사용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지를 여러 관점에서 분석해보는 아티클입니다. 글쓴이는 특정 회사를 비난하거나 광고할 의도가 없으며, 이는 순수 학습용 글임을 밝힙니다.
* 이 글은 도그냥의 스몰 - IT 비즈니스의 세계 253~265pg 에서 영감을 얻어 작성되었습니다.
1. 우리는 집을 왜 충동구매하지 않을까?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제품에 대한 광고를 보고 홀린 듯 결제하게 된 경험이 있는가? 그렇다면, 직방이나 다방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집을 충동구매해본 경험도 있는가? 계약서를 작성하진 못하더라도 "아 이집 사야겠다"는 의사결정을 온라인 탐색만으로 내린 적이 있는가? 아마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부동산은 왜 온라인 시장이 극도로 발달해도 구매 의사결정이 어려울까?
부동산은 월세일지언정 기본적으로 고관여 제품이며, 법적인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한번 구매 시 쉽게 바꿀 수 없는 상품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통적으로 부동산 시장에는 정보의 격차가 존재했고, 우리는 집에 대한 정보를 익히 잘 알고 있는 부동산 중개인의 말에 의존해 구매를 결정내리곤 한다.
그러다, 온라인 시대의 발달에 따라, 자연스럽게 집을 구매하기 위한 탐색의 여정을 도와줄, 그러니까, 부동산 중개인의 말만 100% 믿지 않아도 되게끔 - "부동산" 에 "IT 기술" 을 더한 프롭테크 시장이 발달하게 되었다.
현재 부동산 B2C 시장은 다음과 같은 포지셔닝을 띄고 있다. "직방" "다방" "피터팬" 등 매물 소개를 위주로 하는 플랫폼, 부동산 투자정보를 보유한 "호갱노노" "아실" , 통합형 플랫폼인 "네이버 부동산", "KB부동산" 그리고 필자의 회사로, 부동산 후기를 보유한 "집품". 이들은 각기 시장에서의 포지션과 특장점이 시장에서의 부동산 수요자, 그리고 User Journey 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면, 매물 플랫폼인 "직방" 2018년, 왜 투자정보 플랫폼인 "호갱노노" 를 인수하게 되었을까? 오늘은 이를 소비자 구매 여정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2. ZMOT - 소비자는 더이상 제품을 오프라인에서만 탐색하지 않는다
우선, 온라인 시대 소비자의 구매 여정을 다룬 ZMOT(Zero Momnet of Truth, 0번째 진실의 순간) 의 개념을 짚고 넘어가보자. 이는 2011년 구글이 온라인 시대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여정에 대해 제시한 개념이다. ZMOT 에 대해 자세히 알려면 이보다 앞선 개념인 FMOT(First Moment of Truth, 1번째 진실의 순간), SMOT(Second Moment of Truth, 2번째 진실의 순간) 개념을 알아야 한다. 이는 고객이 상품과 만나게 되는 순간을 깔대기 이론으로 만든 것이다. 이 두 이론에 따르면 고객은 인지 - 자극 - 욕망 - 구매의 과정을 거쳐 어떤 상품을 만나게 되는데, 이때 오프라인 세상에서 고객이 매대 위에 놓인 물건을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이 FMOT, 실제로 제품을 써보는 순간이 SMOT 이다. 그러나 이는 온라인 중심으로 바뀐 쇼핑 트렌드를 설명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인터넷 세상에서 제품을 사기 앞서 검색을 해보거나, 후기를 찾는 등의 행위로 ZMOT 를 시작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무언가를 구매 결정하기 전에 인지 - 자극 - 탐색 (온라인 세상에서) - 욕망 - 구매 의 과정을 거친다.
또, SMOT 는 이제 구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ZMOT 로 이어지게 된다. (후기 등) 이에 많은 커머스 회사들은 높은 평점을 기반으로 물건을 셀링하는데 집중하고, 구매가 완료된 유저가 앱을 키면 후기를 작성하게 유도한다. 이토록 인터넷 중심의 커머스에서 ZMOT 의 과정은 이제 중요도가 높아졌으며, 최근들어는 틱톡에서 활동하는 10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특정 카테고리에서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 광고 등이 큰 바이럴 효과를 가지기도 하는 등의 더 개개인에 특화된 단위의 ZMOT 트렌드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3. 직방이 호갱노노를 인수한 이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직방이 호갱노노를 인수하고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소비자 구매 여정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이야기해보자. 호갱노노는 우선 "부동산 정보" 를 제공하는 정보성 플랫폼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3D 일조량 확인이나 3D 단지투어, 실거래가 정보와 같이 부동산 구매 전 따져봐야 하는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하여 시장 후발주자로서 입지를 잘 다질 수 있었다. 아파트 실수요자들의 페인포인트를 정확히 짚은 것이다. "직방" 이나 "다방" 은 매물을 소개하는데 주력하는 플랫폼이다.
그런데, 내가 살 아파트의 매물을 소개하는 것 만으로는 소비자의 ZMOT 가 충분히, 만족할만큼, (구매의 즉각적인 트리거를 일으켜 줄 만큼, 다른 집에 홀려 어떤 집 사지 고민하는 결정장애가 생기지 않을 만큼 충분히) 일어나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정보는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기도 하고, 집 하나 사는데에는 따져봐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직방이 호갱노노를 인수한 이유를 어림잡아 볼 수 있다.
그간 인지 - ZMOT (온라인 탐색)- FMOT (오프라인 탐색)- SMOT (구매) 의 여정에서 호갱노노는 ZMOT 를, 직방은 FMOT 의 분리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호갱노노가 직방에 인수된 이후, 호갱노노에도 매물 탐색 기능과 매물 등록 기능이 생겼고, 직방에는 반대로 그간 약했던 아파트 부동산 정보 기능이 확대되었다. 즉, 분리되어 있었던 두 User Journy 가 하나로 합쳐지게 된 것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구매 수요자들은 이러한 정보에 대해 "깜깜이" 인 상태로 집을 구매했다. 지금이야 너무 당연하게 네이버 부동산이나 호갱노노에서 실거래가 흐름도 보고, 유튜브에서 투자 의견도 듣고, 부동산 중개인의 말도 참고해 종합적인 결론을 내린다면, ZMOT 세상이 도래하기 전엔 소위 말하는 카더라 통신에 의존해 몇억짜리 집을 덜컥 구매하는 수요자가 많았다는 것이다.
4. 집도 충동구매하는 시대가 오게 될까?
이렇듯 세상에서 점점 인터넷 중심의 쇼핑 시대가 발달하면, 언젠간 우리가 집도 인터넷에서 충동구매하는 시대가 오게 될까?
내 답은, no 다. (아니 지금까지 빌드업 잘 해놓고 이게 무슨 소리야 싶겠지만) 제아무리 인터넷 세상이 발달하고, VR AR 로 생생하게 집 체험을 할 수 있게 되더라도, 그 세상은 가상현실이다. 무슨 말이냐, 부동산은 재화의 성격상 오프라인 현실에서의 탐색이 온라인 현실의 탐색보다 가지는 위계가 높다. 스피커가 아무리 발달해도 우리가 콘서트를 보러 가고, 유튜브가 발달해서 지구 건너편의 라이브 영상을 볼 수 있더라도 여행을 가는 것 처럼, 오프라인이 가지는 영향력이 항상 더 클 수 밖에 없다. 내가 오감으로 느껴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만나보고야 나서 구매를 결정하게 되는 것 처럼, 인지 - ZMOT (온라인 탐색)- FMOT (오프라인 탐색)- SMOT (구매) 단계에서 부동산의 경우 FMOT 는 제거될 수 없다고 본다.
또한, 부동산은 재화의 성격상 소비와 판매가 법률과 얽혀있다. 물건을 살 때 쇼핑몰에서 동의 약관을 체크하는 수준으로 가벼이 여기지 않는 계약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구매에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쿠팡의 물건 판매자가 누군지는 궁금하지 않지만, 집주인 얼굴도 모르는 채로 집을 계약하기는 어딘가 불안한 것이다.
때문에 인터넷 세상이 가장 많이 발달하여 부동산 구매 여정에서 ZMOT 가 최대한으로 일어나면, 그 다음 과정인 FMOT에서 소비자는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오프라인에서 우연히 만난 다른 집에 현혹되지 않게하는" 수준이, 그러니까, ZMOT 에서 의사결정의 90% 이상을 하게할 수 있는 수준이, 우리 프롭테크 회사들이 도달할 수 있는 진리의 최적점이라는 생각을 한다.